가지마다 파아란 하늘을
바뜰었다.
파릇한 새순이 꽃보다 고웁다.
청송(靑松)이래도 가을 되면
홀 홀 낙엽(樂葉) 진다 하느니,
봄마다 새로
은
자랑이 사랑웁다.
낮에 햇볕 입고
밤에 별이 소올솔 내리는
이슬 마시고,
파릇한 새순이
여름으로 자란다.
- 박두진의 시 낙엽송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인데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진다. 일본잎갈나무라고도 한다. 나무가 하늘을 찌를 것같이 곧게 자라며 기품이 넘친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산지의 특성상 곧게 자라기가 힘들다. 오르고 내리는 산 언덕과 골짜기에 붙어 자라서 바람을 맞는 것도 제각각이고 똑바로 서기도 어렵다.
바위산에 간신히 뿌리를 내려 있는 힘을 다해 부여잡고 세찬 바람을 견디는 소나무는 키를 키우기에는 무리이다. 우리 선조의 삶처럼 굴곡진 모습이다.
낙엽송은 일본에서 온 일본잎갈나무이다. 일본인의 속성처럼 뿌리를 사방으로 뻗고는 오직 키만 재빨리 키운다. 사무라이가 한칼에 일념을 쏟듯이 올라 가는데만 집중한다.
이러다 보니 경제성이 좋다. 가지도 얼마 없이 똑바로 뻗어 목재로 사용하기가 좋다. 낙엽송의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국화는 벚꽃이다. 벚꽃은 일시에 온 나무에 꽃을 피운다. 질 때도 꽃이 눈처럼 바람에 날리며 떨어진다. 사무라이다.
우리나라 국화는 무궁화이다. 한 꽃 한 꽃이 끊임없이 이어 핀다. 고난의 세월에도 끊어지거나 무너짐이 없는 강인한 한국이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으로 온산이 황폐해지고, 또 땔감으로 나무를 몰래 벌채하자 조림과 사방공사가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빨리 자라는 나무인 아카시아와 싸리나무, 낙엽송이 대대적으로 조림되었다. 낙엽송이 빨리 자라는 관계로 우리나라 곳곳에 숲을 이루고 있다.
낙엽송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05년이다. 일본 후지산에 자라는 낙엽송을 가져와 우리나라에 심어 이 땅에서 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원산지보다 더 다양한 유전성을 가지며 산림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낙엽송은 좋은 목재만 주는 게 아니다.
자라는 동안 산소를 많이 배출한다. 1헥타아르에 자라는 낙엽송은 25명이 1년간 마실 산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쭉쭉 뻗은 낙엽송 숲에 살면 가슴이 확 트이고 청량해진다.
낙엽송처럼 곧게 자라면서 가을에 낙엽이 지는 비슷한 나무가 있다. 메타세쿼이아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메타세쿼이아는 쭉 뻗은 원뿔 모양의 수형이 아름다워 가로수길로 만들고 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하다.
낙엽송은 잎이 어긋나고, 잔가지에서는 뭉쳐서 나는데 비해, 메타세쿼이아는 잎이 마주난다.
낙엽송에 대해 일본에서는 시와 가요가 많다. 대표적인 가곡 하나를 소개한다.
낙엽송(落葉松) 노가미 아키라(野上 彰)
낙엽송 가을비에
내 손이 젖네
낙엽송 밤비에.
내 마음이 젖네
낙엽송 해 있는 비에
나의 추억이 젖네
낙엽송 작은 새의 비에.
나의 마른 눈이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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