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도토리를 좋아한다. 도토리묵이 지금도 인기 메뉴 중의 하나이다. 국내에서 수집되는 도토리만 가지고는 모자라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도토리는 연간 2~3만톤이고, 수입이 1만톤을 넘어서고 있다. 수입은 중국산이 95%이고, 그다음이 남아공이다.
남아공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남아공에 가서 사업을 하는데 가만히 보니 도토리가 지천에 떨어져 있는데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도토리묵을 해 먹는데 하는 생각에 현지인들에게 돈을 조금 주고 도토리를 주워오라고 해서 한국에 수출했다고 한다.
점점 양이 늘면서 포대에 담아 온 도토리를 무게로 달아 돈을 주었는데, 현지인들이 포대 안에 돌을 넣어 무게를 속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일이 포대를 확인했지만 수많은 포대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고민 중에 한국에서 양파를 담아 파는 빨간 그물 포대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물 포대를 한국에서 가져와 거기다 담아서 쉽게 해결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은 부자가 되었다.
중국에서 도토리만 수입하는 게 아니라 최근에는 도토리 가루를 수입하고 있다. 도토리를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러나 최근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식되어 중국인들이 먹기 시작했다.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니 도토리 값이 뛸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도토리는 임진왜란 때 피란 가던 선조의 수라상에까지 올랐지만, 사실 먹을 게 없던 시절 구황식물로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었다. 지금은 별식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도토리에는 우리 몸에 좋은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도토리 효능은 우선 떫은맛을 내는 타닌은 각종 균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또 타닌은 지방흡수를 억제한다.
하지만 타닌은 변비에 좋지 않아서 변비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변비에는 안 좋지만, 설사가 자주 나오는 사람, 밥을 먹고 나면 속이 부글거리는 사람, 몸이 붓는 사람,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에게 도토리가 좋다고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
도토리의 효능은 도토리에 함유된 아콘산이 몸속의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의 배출을 돕는다. 간 해독에 특히 좋아 술 먹을 때나 후에 도토리묵을 먹으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도토리는 칼로리가 낮고, 당분 섭취를 억제하며, 지방 섭취를 제한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피부를 건강하게 지켜준다.
도토리는 떫은 타닌성분을 빼기 위해 물에 담가서 빼낸다. 산에서 주어 온 도토리라면 햇볕에 말려 껍질이 터지면 껍질을 까고 삶은 후, 말려서 물에 담가 쓴맛이 나는 물을 빼낸 후 갈아서 사용한다. 지금은 가공된 도토리 가루를 구입하여 일반적으로 쓰고 있다.
도토리묵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갈아서 만든 도토리 가루나 구입한 도토리 가루를 물에 섞어 잘 저으면서 불에 끓이면 묵이 된다. 도토리 가루와 물의 비율은 1대 4~5의 비율로 하면 되고, 소금과 참기름 반~한 숟갈 정도로 만드는 양에 따라 첨가하면 된다.
도토리는 산림의 소유자 동의 없이 채취할 경우 처벌받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국립공원에서 도토리 채취는 금지되어 있다.
도토리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에서 나오는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그림에서 보고, 산에서 흔히 접하는 도토리는 주로 졸참나무와 굴참나무의 도토리이다.
도토리 하면 다람쥐가 떠오르지만, 사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숲에서 도토리가 제일 흔하다 보니 다람쥐가 많이 먹을 뿐이다. 집에서 다람쥐를 키워보면 도토리와 다른 견과를 주면 다람쥐가 도토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유럽에서는 도토리를 돼지 사료로 쓰는데 스페인의 이베리코 돼지 중에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를 최상급으로 본다. 우리나라에도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하몽 햄을 파는 곳이 많다.
이베리코 돼지는 베요따, 세보데깜뽀, 세보 3등급으로 나누어진다. 최상급인 ‘이베리코 베요타’는 순종 이베리코를 17개월 이상 키우되, 도토리 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방목해서 도토리를 먹여 키워야 등급이 부여된다.
하몽은 스페인어로 햄에 해당하는데,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천일염에 15~36개월간 장기 숙성하여 만든 햄을 일컫는다.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코로 만든 햄을 ‘하몽 이베리코 베요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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