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욤이 별로 쓸모가 없는 과일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실제로 고염은 맛이 떫어서 바로 먹지를 못하고 담가 놓았다가 시간이 지나 꺼내 먹으면 그저 먹을만 하다,
고욤나무의 속명은 감나무와 동일한 디오스피로스(Diospyros)이다. 감은 고대 그리스의 신 제우스를 뜻하는 디오스(dios)와 과일 또는 곡물의 의미인 피로스(pyros)의 합성어이다. 그만큼 감은 유용한 과일임을 말해준다.
고욤나무는 감나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자생식물이 아니다. 고욤나무는 동아시아에서부터 중동을 거쳐 스페인까지 넓게 분포하며, 한반도는 중부지방 이남에서 민고욤나무와 청고욤나무 2종이 자란다.
한자어로는 소시(小枾), 군천자(君遷子), 우내시(牛奶枾), 정향시(丁香枾), 흑조(黑棗), 이조(㮕棗)라고도 한다. 조(棗)자가 쓰이는 것은 열매의 모양이 대추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낙엽활엽교목이며 암수딴그루이다. 감나무의 접붙이기용 나무로 쓰이며, 고욤이라고 하는 열매가 맺힌다. 열매는 감에 비해 작은데 보통 탁구공만 하고 맛도 떫어서 수확 목적으로는 맞지않다.
성경에서 나오는 고욤나무의 비유가 있다. 고욤나무는 버리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습성, 생각 등을 가진 것으로 비유되어, 이 고욤나무는 감나무와 접을 붙여야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바로 자신을 버리고 예수와 접을 붙여야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높이는 10m 정도로 자라며 작은 가지에는 회색 털이 있으나 차차 없어진다.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식물로, 높이 500m 이하에서 자란다. 내한성은 감나무보다 강하며, 사질양토로 토심이 깊고 배수가 양호한 땅에서 잘 자란다. 수피는 어릴수록 밝은 회색을 띠며 자랄수록 색이 진해져 나중에는 암회색이 된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끝이 급히 좁아져 뾰족하다. 어린잎은 털이 있으나 커 가면서 사라진다.
꽃은 2가화로서 암수가 한그루에 붙는데, 6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고 새 가지 밑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수꽃은 2~3개씩 한군데에 달리고 수술이 16개이며, 암꽃은 꽃밥이 없는 8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되어 있다.
열매는 10월에 둥근 황색 또는 암자색으로 익는데, 덜 익은 열매를 따 저장하였다가 익으면 먹기도 한다. 열매의 외형에 따라 여러 가지 품종으로 나뉘며, 생약인 군천자(君遷子)는 이 열매를 말린 것인데, 과실에는 타닌이 들어 있다.
열매인 고욤은 과거엔 꿀과 함께 삭혀서 겨울에 먹던 보신 음식 중 하나였다. 벌집을 제거하지 않은 꿀에 농익은 고욤을 버무려 작은 옹기에 담아 발효시키면 마치 젤리처럼 만들어져 숟가락으로 떠서 먹었다.
고욤을 말린 군천자는 맛이 달고 떫으며 성질이 서늘하다. 불면증, 두통, 번열을 없애고 설사, 각기, 방광염, 소갈증을 해소하며 꼭지로는 구역과 딸꾹질을 멎게 한다.
민간에서는 가을에 서리가 내린 뒤 채취하여 항아리에 저장, 발효시켰다가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고욤나무의 잎도 지혈, 진해제로 이용된다.
육종된 감나무가 자신의 우량형질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유실수들처럼 접을 붙여 무성번식을 해야 하는데 그 밑나무는 예의 견고하고 질긴 고욤나무라야 한다. 고욤나무는 지상의 모든 감나무들에게 자신의 건강한 유전자를 전하고 젖을 먹이며 화려한 실과를 맺어주는 대모의 소임을 다한다.
고욤이 들어간 옛말에 ‘고욤이 감보다 달다’ 했다. 이는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오히려 실속 있고 질이 좋을 때 쓰는 말이다. 또 ‘고욤 맛 알아 감 먹는다’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일을 잘한다는 뜻이고, ‘떫기로 고욤 하나 못 먹으랴’는 조금 힘이 들더라도 그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이 번식시키고자 할 때는 가을에 종자를 채취하여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된다. 씨를 뿌려서 난 고욤나무는 감나무 접목용 나무로 널리 쓰인다. 내한성이 감나무에 비해 강하고 내병성이나 내충성도 강해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수종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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