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나무를 가장 쉽게 소개하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호두나무라고 보면 된다.
호두는 잘 알지만, 가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호두를 닮았지만, 호두보다는 갸름하고 끝이 뾰족한 모습을 갖고 있다. 호두와 달리 매우 단단해 왠만한 힘으로는 부술 수가 없다.
가래 열매를 반으로 쪼개보면 흙을 파헤치는 농기구 가래와 닮았다고 해서 가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쪼개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호두처럼 속살이 고소하다. 그러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산에 가서 보면 간혹 잎 달린 줄기들이 쭉쭉 뻗은 모양이 미국에서 보는 그런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 나무가 있다. 그 나무를 자세히 보면 아직은 덜 익은 열매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모양이 큼직하게 동글동글 달렸다면 가래나무이다.
가래떡을 뽑아 놓은듯한 일정한 굵기의 열매 모양이 가래를 닮아서 가래나무가 되었다.
호두나무의 고향이 터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원전 1세기경에 중국이 티베트에서 종자를 들여와 심어 기르던 것을 약 700년 전 고려 때 유청신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종자와 묘목을 가져와 고향인 천안시 광덕면에 심은 것이 우리나라에 처음 호두나무가 들어온 유래이다.
호두나무는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그 과실을 얻기 위해 심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 땅에서 스스로 자라는 토종나무가 가래나무이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다 보면 가래골이라는 지명을 많이 보는데 즉, 가래나무가 많은 골짜기란 뜻이다.
가래나무는 가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며 암수한그루이다. 다 자라면 키가 20m를 넘기도 한다. 줄기는 굵고 곧으며 나무껍질은 암회색이며 세로로 터진다. 학명은 Juglans Mandshurica MAX.이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우상복엽이며 7∼17개의 소엽으로 구성된다. 소엽은 타원형에 가깝고 길이 7~28cm, 너비 10cm 정도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뒷면 맥상에 선모가 있다.
꽃은 단성화로서 4월에 피는데, 수꽃 이삭은 길이 10~20cm이고, 수술은 12~14개이며 밑으로 처지는 수꽃화수에 달린다. 곧게 선 암꽃 이삭에 붉은색 암꽃이 4~10개의 모여서 개화한다.
꽃은 여느 꽃나무들처럼 화려한 꽃잎을 갖고 있지 않아 금세 눈에 뜨이지는 않지만, 매우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으나 한 나무에 달린다.
열매는 핵과로서 달걀 모양 원형이고 9월에 성숙하며, 길이가 4~8cm이다. 외과피에는 선모가 빽빽이 나고, 내과피는 흑갈색인데 매우 굳으며 양 끝이 뾰족하다.
열매가 다 익어서 벌어진 걸 보면 가래나무와 호두나무가 같은 형제 나무인 것을 알 수 있다. 호두나무 열매는 두 개씩 마주 달리는데 가래나무는 여러 개가 달린다. 녹색의 겉껍질이 벌어지면 호두와 비슷하지만 조금 작은 열매가 나온다. 그 딱딱한 껍질을 제거하면 호두처럼 속살이 나온다. 맛은 호두와 똑 같지만 가래가 지방이 더 많다.
가래 열매는 껍질이 호두보다도 더 단단해서 좀처럼 깨어지지 않으므로 둥글게 갈아서 작은 건 염주를 만들고 좀 큰 것은 손에 두르는 단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향낭이나 노리개 또는 조각의 재료나 상감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
여기에는 미신적인 요소가 숨어 있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쫓는 주술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 가래나무의 열매가 복숭아를 닮았으므로 이 나무 역시 귀신을 쫓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생겨난 풍속이다.
시골에 가면 가래탕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가래로 만든 음식이 아니고 덜 익은 가래를 두들겨서 강에 넣으면 그 독성으로 인해 물고기가 잠시 기절해 물에 뜨는데 그때 물고기를 잡는 일을 말한다.
민간에서는 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나 복통, 종기 등에 가래를 썼으며 잎은 무좀 치료제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가래나무 껍질을 대표적인 암 치료약으로도 쓴다.
또 이 열매의 기름을 짜서 궁중요리인 신선로에 넣거나 목기를 윤내는 데도 이용하였다고 한다. 열매의 기름도 음식에 이용했으며 어린잎이나 꽃대는 봄나물로도 식용되었다.
가래나무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고 단단하며 뒤틀리지 않아 널리 이용된다고 한다. 건축 내장재나 기계재, 조각재로 많이 쓰이며 특히 비행기의 가구재와 총의 개머리판은 이 나무의 목재로 만든다고 한다.
바로 M1, M2 소총의 개머리판이 가래나무로 만든 것이다. 나무의 껍질은 섬유 자원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백산, 속리산 이북의 높이 100∼1,500m 사이의 산록과 계곡에서 자라며, 만주나 시베리아 등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습지를 좋아하나, 물이 괴어 있는 곳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골짜기나 하천변이 최적지이다.
옛사람들은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을 추하, 산소를 찾는 일을 추행이라 하는데 가래나무도 후손들이 효도를 하기 위해 무덤가에 심는 나무 중의 하나여서 추자를 써서 추목으로 불렀다고 한다. 요즈음 가래나무는 조경수로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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