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전국을 통일한 황제였다. 만리장성을 건설하고 전국 각지를 연결한 도로를 만들어 통치했지만, 가장 큰 염려는 자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전국 곳곳과 동방까지 동남동녀를 보냈다.
설화에 의하면 동남동녀가 영주산(지금의 한라산으로 추정)에서 찾았다는 불로초가 시로미였다. 그래서 옛날부터 제주도민들은 시로미 열매를 불로초로 여겨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가 되면 한라산에 올라 열매를 채취해 건조했다가 미숫가루에 섞어 먹었다고 한다.
사실 현재의 우리 모습도 진시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불로초가 아니라도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찾아 먹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몸에 좋은 걸 얼마나 찾아다니는지 산에 가보면 잘 알 수 있다. 방송에서 몸에 좋다고 나오면 그 식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씨가 말라버린다.
음양곽이라고도 부르는 삼지구엽초가 있다.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식물이다. 이 식물은 세 개의 가지가 다시 세 개씩 갈라져 아홉 개의 잎이 달려 삼지구엽초란 이름이 붙었는데 이 식물이 산에서 동이 난 것은 물론이고, 이 식물처럼 삼지구엽을 가진 연잎꿩의다리란 식물이 함께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시로미는 상록의 작은 관목으로서 일명 암고란(岩高蘭)이라고도 하며 줄기의 아랫부분은 땅 위로 뻗으며, 높이는 10~20cm 정도이다. 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지면 혹은 바위를 덮는다. 줄기의 어린 가지는 적갈색을 띄나 오래된 가지는 검은색으로 약간 가늘고 곧게 선다.
잎은 총생하며 두껍고 윤채가 있으며 길이 몇 5~6mm이고 넓은 선형으로 가지에 빽빽하게 달려 있다. 잎은 크면서 점차 뒤로 젖혀진다. 하지만 가장자리가 뒤로 말려서 뒷면을 덮은 특성이 있다.
꽃은 양성 또는 잡성으로 가지 끝의 엽액에 달리며 6월에 자주색 꽃이 피고, 꽃잎은 3장이다. 수술대는 가늘고 길며 꽃밥은 홍색이다. 일찍 피는 데다가 워낙 작은 꽃이 달려 꽃을 보고서도 꽃인 줄 모를 정도이다. 초록색 잎새에 자색의 꽃이 잎겨드랑이로부터 달린 모습을 자세히 보면 아름답다.
열매는 액과로 지름 5~6mm로서 8~9월에 자흑색으로 성숙하면 먹을 수 있다. 즙이 많고 달콤하다.
시로미는 대표적인 고산 식물로서, 높은 산에 무리를 지어 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1911년 일본인 식물학자에 의해 한라산에서 발견되어 보고되었으며 그 후에 백두산에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혀졌다.
시로미는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이다.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의 높은 지역에서만 자라는 이 식물은 예전만 해도 한라산 장구목, 진달래밭 대피소, 선작지왙, 윗세오름 등의 고산초원에 군향나무 군락과 함께 융단처럼 덮여 있어 시로미를 밟지 않고선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한자로 시로미는 오리(烏李)인데 까마귀라는 뜻이다. 영어 이름은 Crowberry, 즉 까마귀의 열매라는 의미이다.
시로미를 귀한 산 열매로 여겨 생식하거나 차나 술에 담가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몇십년전만 해도 8~9월만 되면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촘촘한 잎 사이로 달린 콩보다 작은 시로미 열매를 부지런히 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약초로서의 시로미는 열매를 가을철에 채취하여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생약명은 암고자(岩高子)라고 하며 맛이 달고 시고 약성은 따뜻한 성질의 생약이다. 약효는 자양, 강장 작용을 비롯해서 당뇨, 지갈, 양혈의 효능이 있고 신체허약, 피로 해소, 혈액순환,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을 치료한다.
진정, 수렴, 진통, 해열, 이뇨, 두통과 신경계통의 질병, 설사, 간질병 등에도 처방한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시로미 열매를 먹는다. 열매로 잼을 만들기도 하지만, 많이 먹으면 취해서 두통이 온다고 한다.
최근 들어 시로미가 피부 주름 개선 등에 영향이 있다는 논문이 연이어 발표되며 화장품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코리아나 화장품에서는 2011년부터 시로미 줄기세포 배양액을 상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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