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의 비자림은 예부터 관청에서 강제로 보호조치를 한 숲이다. 비자나무를 베지도 땔감으로도 쓰지 못하게 막았다. 이유는 약재로 공물 대상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도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했다. 일제는 이곳 비자 열매를 전부 일본으로 반출해 태평양전쟁 때 비행기 연료 기름으로 짜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 44만 8,000여㎡ 면적의 비자림에는 500~800년생 비자나무 2,600여 그루가 자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자나무 숲이 되었다. 키가 큰 나무는 16m에 이르며 대부분은 11~14m 정도이다. 가슴높이 직경이 40~70㎝에 달한다.
숲 가운데 최고령목은 800년 이상 된 것으로 높이가 26m, 둘레가 6m에 달해 조상목이라고 불린다.
비자나무는 주목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다 자라면 25m까지 크고 줄기는 두 아름까지 자란다. 자라면서 정형화한 형태 없이 사방으로 가지를 뻗으며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매끈매끈하지만, 연륜을 쌓아감에 따라 얇게 세로줄을 그으며 갈라져 하나씩 떨어진다.
잎은 두 줄로 나사 모양으로 어긋나 약간 꼬여서 좌우로 달리고 길이 25㎜, 너비 3㎜ 정도이며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갈색이지만 가장자리는 녹색이다. 이 잎은 만지면 단단한 느낌이 들고 표면은 짙은 녹색을 띠며 광택이 난다.
상록수는 언제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것 같지만, 푸른 새잎이 나서 6~7년이 있다가 떨어진다. 그사이에 수많은 잎이 시간의 차이를 두고 낡은 잎을 떨구고 새잎을 달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늘 푸른 나무로 보인다.
비자나무도 꽃이 피지만 꽃을 본 사람은 드물다. 비자나무는 암수딴그루의 2가화이고 4월에 피며 수꽃은 꼭 필요한 수술만 갈색포에 싸여있으며 크기는 1cm를 넘지 않는다. 이러한 수꽃은 줄기와 잎이 달리는 사이사이에 있다. 암꽃은 모여 달린 암술을 녹색의 덮개가 싸고 있고 그 크기는 수꽃보다 다소 작다.
열매는 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대추처럼 생겼으며 길이 25∼28㎜, 지름 1∼2㎝이고 다음 해 9, 10월에 붉은 자주색으로 익으며 그 안에 종자가 있다.
비자나무 씨앗에서 추출되는 기름은 식용으로 사용된다. 비자나무의 열매를 비자라고 하기도 한다. 이 열매는 구충제와 기침약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옛날부터 비자나무의 열매가 유명한 것은 약효이다. 오랫동안 그 열매는 구충제로 써왔다. 또 한방에서 비자나무를 몇 가지로 약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비자 두세 알을 측백나무 잎 한 냥과 함께 찧어 눈 녹은 물에 담그고 이 물로 머리를 빗으면 탈모가 방지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치질이나 어린이들의 야뇨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자나무의 종자에 기름이 많아 전에는 식용유로도 쓰고 등불 기름으로도, 머릿기름으로도 썼다. 씨의 반 이상이 기름 성분이라고 한다. 비자나무는 독특한 향이 있어, 가지나 생잎을 태워 연기를 만들어 모기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비자나무의 또 하나의 쓰임새는 목재이다. 목재의 중심은 갈색이고 주변은 황색이어서 목재의 색이 아름답다. 조선 영조 때에 비자나무 널빤지 열 장을 세공으로 바치도록 했다고 한다. 요즈음엔 가구재, 장식재, 조각용, 토목용으로 이용되는 등 그 쓰임새가 매우 많다.
대한민국에서 자생하는 비자나무 중 일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강진 삼인리 비자나무(천연기념물 제39호),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제111호), 장성 백양사 비자나무 숲(제153호), 고흥 금탑사 비자나무 숲(제239호), 해남 녹우단 비자나무 숲(제241호), 사천 성내리 비자나무(제287호),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제374호), 화순 개천사 비자나무 숲( 제483호)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비자나무림은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된 내장산 백양사의 비자림이다. 이 비자나무들은 백양사 주변 남쪽 비탈면에 있는데 비자나무의 북한계 지역, 즉 자생하는 비자나무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자라고 있는 나무라 하여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도 비자림은 13만 6,000평의 넓이에 500년에서 800년 된 나무가 높이 10미터 넘은 2,570그루의 비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가 하늘을 덮어 숲속엔 햇빛 보기가 어렵다. 지정된 관찰로를 따라다니면 나무에 두텁게 낀 이끼층과 이 비자림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착생 난들과 기생식물들을 볼 수 있어 이 비자림의 쌓인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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