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이런 유행가가 문득 생각난다.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 오동잎보다 더 큰 잎사귀를 갖는 나무는 없다. 오동나무는 어린잎일수록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다 자란 잎보다 크기가 더 크다. 남보다 더 많은 햇빛을 받아 더 많은 영양분을 만들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려는 속성이다.
그래서 오동나무는 15~20년이면 쓸만한 재목이 된다. 옛날에는 자식이 태어나면 나무를 심는 풍습이 있어 아들이 태어나면 선산에 소나무를, 딸이 태어나면 밭에 오동나무를 심어서 딸이 나이가 차 결혼하게 되면 오동나무를 베어 가구를 만들어서 혼수로 삼는 풍습이 있었다.
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높이 15m에 달하며 1년에 나이테 지름이 2~3cm나 되는 초고속 성장을 하지만 세포 하나하나를 쓸모 있게 만들어 자람의 속도에 비하여 훨씬 단단한 나무가 된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지만 오각형에 가깝고 끝이 뾰족하며 밑은 심장저이고 길이 15~23cm, 너비 12~29cm로서 표면에 털이 거의 없다. 뒷면에 갈색 성모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그러나 어린잎에는 톱니가 있고 잎자루는 길이 9~21cm로서 잔털이 있다.
꽃은 5~6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가지 끝의 원추꽃차례에 달리며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진다. 화관은 길이 6cm로서 자주색이지만 끝부분은 노란색이고 내외부에 성모와 선모가 있다. 4개의 수술 중 2개는 길고 털이 없으며 씨방은 달걀 모양으로 털이 있다.
열매는 삭과로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털이 없고 길이 3cm로서 10월에 익는다. 삭과당 종자수는 2,000∼3,000개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평안남도, 경기도 이남에 분포한다. 오동나무가 잘 자라고 목재가 쓸모가 있다 보니 옛사람들의 사랑이 각별하여 동이란 이름이 들어간 가짜 오동나무가 여럿 있다. 벽오동, 자동, 유동, 의동, 야동, 개오동 등 오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무들도 잎만 비슷하면 모두 오동이란 접두어나 집미어를 하사받는 영광을 얻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재배되고 있는 것은 오동나무, 참오동나무, 대만오동나무 3종류이며 재배 가능지역은 중부 이남의 높이 400m 이하의 마을 부근의 비옥한 땅이다. 이 중 참오동나무가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 이는 재목이 회백색 또는 은백색으로 탄력성과 광택이 있어서 쓸모가 많고, 다른 나무에 비해 내한성이 우수해서 북쪽 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동나무는 햇볕을 풍부히 받을 수 있고 바람의 피해가 적으며 양분이 많으며 토심이 80∼90㎝이고 아래에 사력층이 있어 과습하지 않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 좋다. 햇볕을 좋아하며, 병충해와 공해 등에 강하고 아무 곳에서나 빨리 잘 자라므로 공원의 조경수 또는 풍치림으로 좋다.
오동나무는 습기를 빨아들이는 성질도 적고 잘 썩지 않으며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까지 있다. 당연히 쓰임새가 넓어서 장롱, 문갑, 소반, 목침, 상구 등 생활용품에 오동나무가 쓰이지 않은 곳이 없다. 악기를 만들 때 공명판의 기능은 다른 나무들은 감히 널 볼 수도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가야금, 거문고, 비파 등 우리의 전통악기는 오동나무라야만 만들 수 있다.
국악기를 제작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악기로, 정악가야금은 이 오동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들며 산조가야금, 거문고, 아쟁 또한 악기의 앞판은 오동나무, 뒷판은 밤나무로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옛말에 '봉황새는 대나무 열매만 먹고 집은 오동나무에만 짓는다'라고 할 만큼 귀하게 여기던 나무였다. 나막신을 오동나무로 만들면 가볍고 발이 편하고 땀이 차지 않았다고 전해지며, 열매에서 짠 동유는 한방에서 음창 · 오림 · 구충 · 두풍 · 종창 등에 쓰였다. 오동나무의 껍질은 동피라 하여 약재로 쓰였다. 약성은 차고 쓰며, 소종, 양혈(凉血)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옹종, 창종, 치질, 단독에 치료제로 쓰인다.
오동나무는 어릴 때는 1년에 1∼2.5m씩 자라며 주로 촌락에 심는 편이지만 빈터 등에 자연적으로 잘 자라는 나무이기도 하다. 6, 7년이면 지름이 20∼25㎝에 달하는 등 생장이 빨라 자본회수기간이 짧을 뿐 아니라 목재의 용도가 다양하여 기업림 조성은 물론 농촌 부업림으로 매우 유망하기 때문이다. 오동나무는 가느다란 상태에서 이미 목질화가 시작되는 일반적인 나무들의 묘목과는 달리, 해바라기처럼 푸른 줄기와 크고 아름다운 잎을 뽐내며 화초처럼 자란다.
오동나무를 베어내면 밑동에서 새싹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자오동이라고 해서 목질이 더 좋았다. 한번 더 베어내서 나오는 새순은 손오동이라고 하며 오동나무 중 최상품으로 쳤다고.
일본 원산의 참오동나무가 있는데, 매우 비슷한 나무이지만 오동나무에 비해 털이 많고, 다갈색을 띠는 오동나무의 털에 비해 털이 흰빛을 띤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문장이 이 참오동나무이기도 하며 현재 일본 정부의 문장이기도 하며, 일본 내각총리대신의 문장이기도 하다.
그 밖에 비슷한 나무로 벽오동나무가 있다.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하게 성장이 매우 빠르지만 촌수가 많이 차이나는 나무이다. 한국에서는 벽오동과 오동을 구분하진 않았지만, 본초강목에서는 벽오동의 줄기가 푸르다고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오동잎 한잎 날리자 천하가 가을이다” 조선시대 조두순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나무가 워낙 못 생겨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나무는 아니다. 하지만 옛날 선비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넓은 오동잎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탁 트이게 할 수 있어 좋아서 그런지 대청마루나 정자 앞에 즐겨 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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