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위에서 가을 단풍을 꿈꾸는 식물이 있다. 돌단풍이다. 돌에서 자란다고 하여 ‘돌’이 붙었고, 잎 모양이 ‘단풍’잎을 닮아 돌단풍이 되었다. 그렇다고 단풍나무와 같은 나무가 아니고 여러해살이풀이다.
풀이면 보통 폭신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데 돌단풍은 억센 바위에 뿌리를 내린다. 등산 갈 때 암벽 위에 소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뿌리 내리기도 어려운 그 바위 위에 굳건히 자라는 모습을 보면 괜히 숙연해진다.
인생살이가 힘들다고 한탄했던 것이 괜히 부끄러워진다. 뚫어도 뚫리지 않을 거 같은 딱딱한 바위에 틈을 내고, 간혹 내리는 빗방울을 다리 사이로 모아 마른 세월을 견디는 소나무에 감탄한다.
돌단풍은 강한 햇빛에 금방 시들어버릴 작은 풀인데도, 딱딱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늦봄에 피는 하얀 꽃은 야생화를 넘어 아름답다. 그래서 집에서 키우는 사람이 많다.
돌단풍은 햇빛이 잘 드는 양지보다 반그늘을 좋아한다. 뿌리는 습성대로 건조한 곳을 싫어하나, 대기는 습한 곳을 좋아한다. 그래서 계곡 옆 바위틈에서 자란다.
집에서 키울 때는 자갈을 넣은 굵은 마사토를 주로 사용하며, 적정량의 부엽토를 섞어주면 된다. 더위에도 잘 견디므로 실내에서 잘 자란다.
돌단풍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 만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화다. 우리나라는 충북 이상의 중부지방에서 자생한다. 지금은 제주도에도 가져가서 키워 전국 곳곳에 있다.
줄기는 가로누우며 굵고 짧다. 잎은 모여서 나며 잎자루가 길고 단풍나무 잎처럼 손가락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털이 없고 윤이 난다.
꽃은 5, 6월에 하얀색 바탕에 연한 홍색을 띠며 취산꽃차례로 가지 끝에 핀다. 수술은 6개이고 꽃잎보다 다소 짧다.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이며 성숙하면 2개로 갈라진다.
씨가 맺는 7, 8월에 받아서 바로 뿌려도 되고, 이른 가을에 뿌려도 된다. 12시간 정도 물에 담가 놓았다가 뿌리면 발아가 잘된다.
땅에서 키우면 오전에 햇빛이 들고, 오후에는 그늘이 지는 곳이 좋다. 주변에 풀이 없는 게 좋다. 주변의 풀이 왕성하게 자라면 성장하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
꽃을 파는 화원에 가보면 나무토막이나 화석에 여러 뿌리를 붙여서 파는 걸 볼 수 있다. 조경으로는 바위 정원에 심거나, 인공폭포 바위 주변에 심는다. 암석과 잘 어울려 조경지에 많이 심어져 있다.
돌단풍의 어린잎이나 줄기는 나물로 먹는다. 최근에는 약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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