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귀한 나무 항암제로 새로 발견
찬 바람이 스산히 불고 거리의 은행나무는 마지막 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초겨울이다. 오직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의연히 남아있는 상록수만이 푸름을 입 맞춘다.
우리나라에는 남쪽으로 가면 후박나무, 동백나무가 있다. 산에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지만, 유난히 붉은색 줄기와 어우러져 더욱 진한 초록색을 뽐내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주목이다.
주목은 침엽수이긴 하지만 전나무나 소나무에 비하면 비교적 넓은 잎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주로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나 저지대에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래 사는 나무이다.
주목은 붉을 주(朱) 나무 목(木)자를 써서 붉은색 나무라는 뜻이다. 주목은 추운 지역에서 자라며 그늘을 좋아하는 나무이다. 산의 높은 곳, 습기가 많고 비옥한 곳에서 다른 나무들이 햇볕을 다 쓰고 남은 빛을 받으며 살아간다. 잎이 진하기 때문에 햇볕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주목의 줄기는 곧고 의연하게 자라고 옆으로 시원하게 뻗어가는 나무로 높이 17m, 지름 1m에 달한다.
잎은 두 줄로 어긋나 달리는데 각도가 조금씩 달라 가지런하지 못하다. 한 개씩 나선상으로 배열되지만,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는 우상으로 배열된다. 잎은 선형으로 길이 1.5∼2㎝, 너비 3㎜ 정도이며,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고 밑부분도 좁아진다. 표면은 짙은 녹색이며 뒷면에는 두 줄의 황색 줄이 있고 엽맥은 양쪽으로 튀어나왔다. 잎은 2, 3년 만에 떨어진다.
꽃은 암수가 한그루 또는 딴 그루로 4월에 핀다. 수꽃은 가지 끝이나 잎 사이에서 6개의 인편으로 둘러싸이고 8∼10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은 아래쪽 잎겨드랑이에 한 개씩 달리고 열 개의 10개의 인편으로 싸이고 8, 9월에 빨간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는데 빨간 열매가 터질 듯 팽팽하여 탄력이 넘치는 모습은 다른 나무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과육은 손으로 살짝 누르면 뭉개지고, 속에서 미끌거리는 진액이 나온다. 그렇다고 주목 열매가 보인다고 무조건 먹진 말자. 맛이 달콤하나 독성이 조금 있으므로 많이 먹으면 설사하기 십상이다.
주목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예로부터 목재의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하며 탄력성이 있고 광택과 향기도 좋아 가장 좋은 나무로 여겨져 왔다. 결이 고우며 단단하면서 다루기 쉬워 조각재의 재료나 건축, 가구 등에도 많이 사용된다. 이같이 주목이 가치가 있는 나무로 쓰이다 보니 불법적인 채취가 많아 우리나라 산에서 많이 사라져 특별히 보호되고 있다.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높은 산악지대의 중복 이상에는 군데군데 주목이 자라고 있으며, 산림청에서는 관내에서 자라는 주목의 대장을 만들어서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다. 특히, 소백산정에서 자라는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되어 있다. 소백산정의 주목군락은 능선 근처의 서쪽사면에 위치하며 바로 초원지대와 연속되어 있다.
주목은 조경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비싼 나무이므로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는 나무이다. 주목은 성장 속도가 너무 느려서 키우는데 경제성이 떨어진다. 어느 정도 큰 주목이라면 수십 년이 자란 것이다.
주목은 약으로도 쓰인다. 한방에서는 잎을 말려 주목엽이라 부르는데 특이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잎과 가지에 택신, 택시놀, 계피산 등이 있어 약효를 낸다. 잎을 생으로 태우든지 말려 신장병과 위장병에 썻다. 이런 주목의 약효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태평양상 주목에서 추출되는 독성분이 새로운 항암물질로 관심을 끌고 있다.
나무 중에 택세인(Taxane)이라고 하는 독극물이 함유되어 있다. 학명이자 라틴어인 Taxus는 이 독을 화살 독에 썼기 때문에 Toxin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택세인의 체내 작용은 체내 세포에서 세포 골격과 세포 소기관의 물리적 위치를 관장하는 줄 같은 세포 소기관의 활동을 정지시켜 결과적으로 세포를 죽이게 된다. 참고로 이러한 작용은 항암제로도 이용되기도 하여 주목에서 특정 물질을 추출하여 유방암이나 기타 암들을 치료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약학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