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밤이면 잎이 서로 포옹하고 낮이면 떨어지는 합환수
밤이면 잎이 오므라들어 서로를 포옹한다고 하여 합환수(合歡樹)로 불리며, 정원에 심어놓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전해오는 믿음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50~80개나 되는 작은 잎이 짝수로 이루고 있어서 서로 상대를 찾지 못하는 홀아비 잎이 남지 않는다. 따라서 합환수 혹은 야합수라 하여 부부의 금실을 상징한다.
낮이 되면 잎이 열리고, 밤이 되면 잎이 닫힌다. 이 밤낮에 따라 잎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이 낮에는 일 때문에 떨어지고 밤에는 일 때문에 합치는 부부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그렇게 불렸다. 그래서 과거에는 갓 결혼한 부부를 위해 마당에 심기도 했다.
저녁에 잎이 잘 닫히면 금슬이 좋은 것이고 잎이 잘 닫히지 않으면 불화가 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상한 것은 대낮에는 두꺼운 구름이 끼여 아무리 컴컴해도 잎이 서로 붙지 않는다.
일부 지방에서는 소가 특히 잘 먹는다 하여 소밥나무 혹은 소쌀나무라고도 한다. 겨울에 바람이 불면 남아있는 꼬투리 소리가 요란해서 여자들의 수다와 같다하여 '여설수'라고도 한다.
또 잠자는 일은 귀신같이 맞춘다고 하여 자귀나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소교목으로 높이는 7m 정도로 자라며 큰 가지가 드문드문 퍼지며 작은 가지에는 능선이 있으며 잔털이 나 있으나 2년생 이후로는 대개 사라진다.
잎은 줄기에 하나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까시나무처럼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가지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린다. 작은 잎은 낫같이 굽으며 좌우가 같지 않은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작은 잎의 길이는 6~15mm, 나비는 2.5~4.0mm 정도로서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의 맥 위에 털이 있다. 자귀나무는 작은 잎이 짝수여서 밤이 되어 잎을 닫을 때 홀로 남는 잎이 없다.
꽃은 연분홍색으로 6~7월에 피고 작은 가지 끝에 15~20개씩 작은 꽃이 우산 모양으로 달린다. 꽃받침과 화관은 얕게 5개로 갈라지고 녹색이 돈다. 수술은 25개 정도로서 길게 밖으로 나오고 꽃 밭침에 가까운 쪽은 흰색이지만 윗부분은 홍색이다. 꽃이 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수술의 빛깔 때문이다. 은은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꽃을 피우기 때문에 중요한 밀원수이기도 하다.
서식 범위가 아시아 대륙으로 굉장히 넓어 원산지를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중부 이남의 서해안에 주로 많이 나타나며 수직적으로는 높이 50∼700m 사이에 분포한다. 산록 및 계곡의 토심이 깊은 건조한 곳을 좋아한다.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경제적 성장이 어렵고 보호, 월동하여야 한다. 병충해와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도심지에 식재하면 좋다.
콩과식물은 대부분 밤의 수분 배출을 억제하기 위하여 잎의 기부 물주머니를 수축시켜 잎을 접고 편다. 농촌에서는 가을배추 재배 시 잎이 달린 자귀나무 가지를 꽂아 그늘을 만들어주고, 잎이 진 다음에는 거름으로 사용하며 아울러 제초효과도 보고 있다.
번식은 가을에 익은 꼬투리를 따서 종자만을 얻은 다음 벌레가 먹지 못하도록 소독을 철저히 하여 보관하였다가, 이른 봄 씨뿌리기 하루 전에 끓인 물을 양동이에 붓고 그 물속에 씨앗을 넣고 골고루 저은 다음 그 이튿날 뿌린다. 뿌린 종자는 마르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밭이 건조하면 발아가 되지 않는다. 자귀나무는 곧은 뿌리가 있고 잔뿌리가 없어서 이식이 잘되지 않으므로 잔뿌리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것을 합환피라고 한다. 껍질을 갈아서 밥에 개어 타박상, 골절, 류머티즘에 바르면 잘 듣는다. 동의보감에 보면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서 만사를 즐겁게 한다고 되어있다. 신경쇠약, 불면 등의 증상과 임파선염, 인후염, 골절상 등에 치료제로 사용한다.
또 민간에서는 나무를 태워 술에 타서 먹으면 어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잎과 줄기에 독이 있어 가공 방법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 약재로는 잘 쓰이지 않는 재료다.